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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릴 때는 빨리 늙기를 바랐었다.
그러면 좀 마음이 편해질까…
나이 사십 중반에 들어서고 보니
여전히 편한 건 없었다.
오히려 나이 들어감의 서글픔이 생겼다.
젊어서도 없던 자신감은커녕
자존감은 점점 밑바닥으로 내려갔다.
화무십일홍
모든 것은 한 때이다.
젊음의 치기가 한 때였던 것처럼…
가을이 오면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남아있는
허수아비처럼 볼품없고 초라해진 나 자신과 마주한다.
심리학에서 거울은 내면을 비추는 무언가라고
했다.
그렇게 내 안을 비추어 본다.
주변이 풍성할 때 들끓던 참새들도
다 쫒고 나니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.
그렇게 남은 건 모진 바람과 풍파에
너덜너덜 해진 초라하고 앙상한 몰골과
마주한다.
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고
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.
쓸모가 없어져버린 허수아비는 그렇게 버려질까…
계절이 지나듯
사람도 지나가고
모든 게 지나간다.
시간을 붙잡을 수 없듯
모든 걸 붙잡을 수 없다.
그렇게 그의 것은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.
서늘한 바람이 옆구리를 스친다.
점점 칼날 같은 바람이 불어오겠지
기나긴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…

BGM 가시나무 -자우림- ☞https://youtu.be/s6pY_QUAtb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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